◀ 대형 퓨전 떡볶이 가게인 ‘아이러브 신당동 ’의 사장과 직원들이 메뉴판을 들고 ‘파이팅 ’을 외치고 있다.이 가게는 소형 점포 7개가 합병해 탄생했다.(위)요즘 인수 ·합병이 한창인 서울시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아래).


경기침체로 고전해온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촌’이 M&A(인수·합병)를 통한 대형화로 재기(再起)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형 퓨전(Fusion) 떡볶이집으로 변신한 ‘아이러브 신당동’. 올 초 개업한 이 곳은 소규모 떡볶이 가게 7개가 ‘합병’해서 탄생한 ‘한지붕 일곱가족’ 회사다. 7명의 소(小)사장들이 2어언원을 갹출해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꾸고 차량 50대를 주차할 공간을 만드는 등 대변신을 시도했다. 뿐만 아니다. 주고객층을 10~20대에 맞춰 경영전략도 전면 수정했다. ‘아줌마 종업원’들을 전원 10~20대 초반의 청소년으로 교체했고, 최신 팝송 등의 신청곡을 틀어주는 ‘DJ박스’도 설치했다. 특히 ‘올빼미 족(族) 젊은이’들을 겨냥해 24시간 영업 체제로 전환했다. 메뉴도 혁신했다. ‘떡·계란·어묵·라면’ 세트가 전부이던 것을 ‘궁중 떡볶이(불고기와 당면 추가)’ ‘김치 떡볶이’ ‘치즈 떡볶이’ 등으로 다양화했다. 김밥·우동·순대·생과일주스·맥주·양주 등 다른 먹을거리도 개발했다.

신당동 떡볶이촌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간식 상권(商圈)’이었다. 하지만 10~20대들이 햄버거나 피자 같은 서구 인스턴트 식품으로 몰리면서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한창 때 30개도 넘던 가게 수가 5~6년새 절반(14개)으로 줄었다. 이 일대에 떡볶이 재료를 공급하는 보령식품 김광필 사장은 “떡 물량도 점점 줄어, 한창 때의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떡볶이촌’이 부활하려면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입맛과 감각을 따라잡는 것이 관건이었다. 90년 후반 이후 젊은이들의 취향은 코엑스몰·강남역·동대문처럼 먹을거리·즐길거리·볼거리·옷가게가 한데 합쳐진 ‘복합상권’으로 빠르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를 절감한 신당동 상인들은 ‘뭉쳐야 산다’는 마음으로 합병을 통한 현대화를 추진했고, 이런 시도가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이러브 신당동’의 구조조정 성공 스토리는 날로 위축되는 지역 상권에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합병 전까지 7개 가게는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한 달에 순수익이 2000만원을 웃돌면서 주주 1명당 300만원 가까이 챙겨간다. 공동대표 중 한 명인 박재철(40) 사장은 “7명이 돌아가면서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인건비·유지비 등 제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